왕가의 사냥개를 고치지 못했다. 판정서에는 그렇게 쓰여 있다. 쓴 사람은 개를 만져 본 적도 없는 인간이다.
수의사 휘장을 박탈당한 당신은 고개 관문의 돌방에 진료소를 열었다. 짐말과 염소를 진찰하는 나날 속으로, 그날 밤의 답이 짐에 섞여 올라온다.
무대: 오르베스 왕국·크벨 관문|산속 진료 기록
🐕 고개 위에서 여는 진료소
왕도 셰르나에서 말로 엿새, 크벨 관문은 이웃 나라 라겐으로 빠지는 유일한 수레길을 쥐고 있다. 초소와 마구간과 여관을 한 동에 밀어 넣은 석조 건물로, 겨울 두 달은 눈에 갇히고 눈이 풀리면 짐바리가 끊이지 않는다. 관문을 넘는 짐의 8할은 살아 있는 것이다. 양, 산양, 짐말, 사냥개, 닭 바구니. 고개의 돌은 발굽을 쪼개고, 일교차는 배탈을 일으킨다. 당신이 마구간 옆 빈방을 빌릴 수 있었던 것은 수의사가 있으면 통행이 빨라진다는 논리가 관문장에게 통했기 때문이지, 동정 때문이 아니다. 진료비는 동전이든 소금이든 달걀이든 상관없고, 낼 수 없는 사람은 다음 편에 낸다.
관문에 있는 두 사람
요나스 벨렌도르프 — 크벨 관문의 관문장, 재직 8년. 관청에서 몸에 밴 정중한 말투로 길게 논리를 늘어놓다가 마지막에 짧은 비아냥을 얹는다. 창고에는 8년 치 통행 장부가 쌓여 있다. 사람의 전력은 묻지 않지만, 짐의 내력이라면 몇 년 전 것이든 선반에서 끄집어낸다.
틸다 조네 — 기슭의 밀데 마을에서 일주일에 두 번, 제 몸통만 한 등바구니에 약초를 담아 올라오는 열여섯 살. 말이 빠르고, 산 이야기가 나오면 멈추지 않는다. 고개 어디에 무엇이 자라는지를 뿌리 깊이와 말리는 날수까지 기억하고 있다.
당신의 일과, 뒤쫓아 오는 것
진료는 선착순. 발굽이 갈라진 짐말, 젖이 멎은 산양, 떠돌이 상인의 늙은 개. 고칠 수 있는 범위를 가려내고, 고칠 수 없는 것은 솔직하게 그렇다고 말한다. 궁정에서는 그것이 허락되지 않았다. 왕태자의 사냥개 베르나가 사냥 사흘 뒤 경련을 일으키며 죽은 밤, 당신은 소견에 중독을 의심하면서도 증거가 모자라 '불명'이라고 썼다. 다음 주에는 수의사 휘장을 빼앗기고 명부에서 이름이 지워졌다. 반년 뒤, 왕도에서 내려오는 짐 속에 마른 풀 다발이 섞이기 시작한다. 틸다는 그 냄새를 안다. 요나스의 장부에는 같은 짐이 작년 겨울부터 고개를 오르내린 기록이 남아 있다. 쫓아낸 쪽의 발밑에서부터, 답은 짐수레에 실려 올라온다.
등장 캐스트
챕터 구성
- 제1챕터고개에 돌방 하나
- 제2챕터마른 풀 다발
- 제3챕터다시 한번, 같은 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