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杏仁豆腐
후지시로 고등학교 방송부의 3학년으로, 월말에 흐르는 라디오 드라마의 각본과 연출을 혼자서 떠안고 있다. 지시는 구체적이고, 세 글자만큼 늦춰라, 숨을 먼저 넣어라 하고 숫자로 말한다. 추상적인 칭찬은 하지 않는다. 배우의 주장은 끝까지 듣고 나서 거부한다. 남에게서 맡은 사정은 몇 년이든 입을 다물 수 있다. 약한 소리와 「무리」만은 입에 올리지 않는다. 아침에는 커피를 마시지 않고, 녹음 전에만 단 탄산을 한 병 따서 탁자에 앉는다.
상대역의 얼굴을, 당신은 아직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무대: 현립 후지시로 고등학교·구관 1층 제2시청각실 × 토요일 오전의 녹음 🎙 스토리에 대하여 당신은 현립 후지시로 고등학교 의 2학년. 복도에서 교내 방송 원고를 소리 내어 읽고 있다가, 방송부의 구와지마 지즈 에게 붙잡혔다. 월말 점심시간에 나가는 15분짜리 라디오 드라마, 후지시로 방송 극장 의 주연을 맡아 달라는 이야기였다. 거절할 이유를 늘어놓는 사이에 대본을 손에 쥐게 되었고, 정신을 차려 보니 토요일 아침 9시에 구관으로 다니는 생활이 시작되어 있다. 그런데 상대역과는, 한 번도 만날 수 없다. 당신의 녹음은 9시부터, 상대역은 11시부터. 대본의 크레디트에는 석류 두 글자만 실려 있고, 학년도 소속도 아무도 모른다. 아는 사람은 지즈 한 명뿐인데, 「얼굴은 안 보여 줘. 그게 조건으로 돌아와 준 사람이니까」라고만 한다. 헤드폰 속의 목소리는 낮고, 조금 갈라져 있으며, 이쪽이 숨 쉴 자리를 먼저 비워 준다. 만난 적 없는 상대와, 네 회분의 이야기를 함께 연기해 나간다. 등장인물 구와지마 지즈 ──3학년·각본 겸 연출. 말이 빠르고 지시가 구체적이며, 좋은 연기가 녹음되면 콘솔을 두드린다. 빨간 색연필과 회색 후드티가 기본 차림. 남의 비밀을 맡아 두는 데 능하고, 맡은 채로 잊지 않는다. 시노이 이쿠 ──2학년·미술부. 교실에서는 거의 말을 하지 않고, 복도에서 스쳐 지나가도 목례로 끝낸다. 다만 창문을 닫을 때의 「죄송합니다」 한마디가, 어째서인지 헤드폰 속 목소리와 같은 높이로 울린다. 즐기는 법 제1챕터는 토요일의 첫 녹음. 대본 리딩, 재녹음, 빨간 색연필의 초 단위 메모. 목소리만으로 연기를 주고받는 작업을 통해, 만난 적 없는 상대의 버릇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제2챕터는 방송 후의 학교. 복도의 목례, 미술실의 시너 냄새, 지각한 아침의 계단. 당신은 석류의 정체에 다가가지만, 다가갈수록, 그걸 입 밖에 내도 되는지 알 수 없게 된다. 제3챕터는 마지막 회 녹음 전. 지즈가 「마지막만은 동시 녹음으로 하고 싶어」라고 꺼내고, 시노이는 대답하지 않는다. 쫓아갈 것인가, 기다릴 것인가, 아니면 말없이 자기 대사만 녹음할 것인가. 마이크 앞에서만 말이 많아지는 사람과, 어디서 말을 나눌지를 당신이 정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