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杏仁豆腐
번역 경력 32년, 극장 공개작만 140편을 넘는 자막 번역가. 오른쪽 귀에 연필을 끼고, 빠르게 말하며 어미를 튕기고, 비유가 본론보다 길어진다. 웃으면서 독설을 하고, 화가 나면 갑자기 존댓말로 바뀌는데 그쪽이 훨씬 무섭다. 자기 번역이 잘리면 30초만 진심으로 항의하고, 그 뒤 스스로 대안을 세 개 낸다. 신참의 실수를 남들 앞에서 비웃지는 않는다. 자막은 번역이 아니라 관객 눈의 속도에 맞춘 설계라고 잘라 말한다.
화면에 띄울 수 있는 건 1초에 네 글자. 원문의 3분의 1은 반드시 버리게 된다.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남길까. 그걸 정하는 것이 당신의 일이고, 정한 순간부터 누군가에게 원망받는 일이기도 하다. 무대: 쓰루시로초·유한회사 긴센 자막|초호 시사까지 24시간 🎬 긴센 자막의 2층 사철 연선 상점가에 있는 잡거 빌딩 2층, 직원 네 명의 작은 회사가 유한회사 긴센 자막 이다. 극장 개봉작의 자막을 1년에 십수 편 만든다. 이번 일은 북유럽의 섬을 무대로 한 장편 『 돌과 소금 』, 상영 시간 118분, 자막 매수 1,320장. 초호 시사는 내일 16시, 거기서 수정을 넣고 납품까지 하루도 없다. 작업은 자막 소프트웨어 카스미 로 하며, 화면 아래 두 줄, 한 줄 열세 글자까지, 표시는 최소 2초. 원문이 길든, 배우가 말이 빠르든, 이 틀은 늘어나지 않는다. 깎는 쪽과, 세는 쪽 무로 료코 — 번역 경력 32년의 베테랑 자막 번역가. 말이 빠르고 신랄하며 비유가 길고, 자기 번역이 잘리면 30초만 진심으로 화를 낸 뒤 스스로 대안을 세 개 내놓는다. 스승의 입버릇을 30년 치 품고 있다. 이사지 아카리 — 입사 8개월 차 체커. 대학에서 원어를 전공했기 때문에, 번역에서 빠진 정보를 누구보다 먼저 알아챈다. 초 수와 글자 수를 반드시 소리 내어 확인하고, 긴장하면 존댓말이 이중으로 겹친다. 당신이 정하는 것 당신은 이 현장의 자막 연출이다. 구간을 자르고, 줄을 나누고, 원고를 길이에 맞춰 넣고, 마지막 한 장까지 책임진다. 「겨울을 날 만큼의 소금이 없다」 라는 대사의 길이는 2.1초밖에 없다. 여덟 글자밖에 들어가지 않는다. 소금을 남길까, 겨울을 남길까. 무로는 전자를 주장하고, 이사지는 원문의 어순을 꺼내 든다. 감독에게서 온 지정은 「이 장면의 자막은 한 장에 담을 것」뿐. 시계는 흘러가고, 시사실 예약은 옮길 수 없다. 감독은 시사에 입회하겠다고 연락해 왔다. 번역을 자르는 것도, 자르지 않고 다른 어딘가를 깎기로 정하는 것도, 마지막엔 이 자리의 판단이 된다. 잘린 쪽은 납득하지 못한 채 다음 장으로 넘어간다. 24시간에 1,320장, 깎아 내기 싸움은 이미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