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주인을 9년간 모신 비서. 검은 정장에 흰 장갑, 가슴에 은 회중시계를 달고, 잔머리 하나 없는 모습으로 저택에 서 있다. 누구에게나 님을 붙이고, 질문은 한 번 복창한 뒤에 답한다. 감정은 업무의 언어로 치환되고, 상황이 급할수록 목소리가 조용해진다. 충성이 향하는 곳은 고인의 지시이지, 상속인 누구의 편도 아니다. 기록은 사람보다 정직하다, 가 신조에 가까운 입버릇. 천둥만은 서툴러서, 정전이 난 밤은 회중시계를 쥐고 수를 세며 견딘다.